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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사업 이야기

내가 하는 일은 신규사업제휴이고 지난 블로그에서는 사업제휴 이야기를 했으니 이번 블로그에서는 신규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동안 구글에서 현재 담당하고 있는 구글 TV이나 이전에 담당했던 오픈소셜, 크롬 익스텐션, DFP 등 다양한 신사업을 진행하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글을 쓰려고 하고 항상 그렇듯 개인적인 한정된 시각과 지식을 바탕으로 쓰는 것임을 유념해주길 바란다. 
 
일단 신규사업하면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은 신규사업은 어떻게 시작되냐이다.  회사에서 누가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신규사업을 시작인데 이건 워낙 많은 경우가 있어서 뭐라고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조금 단순화시키서 생각해보면 위에서 내려오는 방법, 밑에서 올라오는 방법, 그리고 밖에서 가지고 오는 방법이 있다.  
 
 
Top Down
위에서 내려오는 방법은 창업자나 CEO 같은 최고 경영층에서 이런 신사업을 시작하자는 결정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당연히 의사결정자의 의지나 취향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한국 대기업에서 자주 보이는 방식이고 미국 테크 회사에서도 애플이나 오라클 같은 강력한 보스가 있는 회사에서 이렇게 신사업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말이 보스가 결정을 하는 것이지만 그러기까지 관련 부서들에 때로는 컨설팅 회사까지 동원되어 보스의 올바른 의사 결정을 보조하기 위한 일이 진행되고 한국 기업에서는 흔히 말하는 전략기획실에서 이런 업무를 많이 담당한다.  또한 이런 작업이 어떤 경우에는 보스의 결정을 돕는게 아니라 정당화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위에서 내려오는 신사업의 장점은 추진력이다.  위에서 내려오다보니 사람이나 비용 등 리소스가 많이 동원되고 적어도 내부적으로는 큰 걸림돌 없이 일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고 또 위에서 챙기다보니 밑에서 열심히 뛸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것이나 애플이 아이폰을 시작한 것이 이렇게 해서 성공한 신사업의 좋은 예이지 않을까 싶다.  
 
 
Bottom Up
밑에서 올라오는 방법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들이 일을 벌리는 것으로 구글의 신사업이 시작되는 주된 방법 중에 하나이다.  구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밑에서 신사업이 시작된다.  주로 개발자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지만 업무시간의 20%를 주업무 외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20%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다.  구글 직원 몇명이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가 있어서 이를 개발해보고 싶다면 이를 위에 이야기를 하고 위에서도 그게 괜찮을 것 같다고 판단한다면 이 몇명은 자신들의 20% 시간을 이 새로운 제품 개발에 쓴다.  그러다 이 프로젝트가 계속 잘 되고 또 앞으로 성공할 것 같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20%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쓸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아에 100%의 시간을 이 제품 개발에 투자하게 된다.  그러면서 경영층에게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이 새로운 제품의 진행상황을 알리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제대로 된 제품의 모습을 갖추어가고 결국 이들은 아에 이 제품을 담당하는 팀을 만들어져서 주업무가 이 제품이 된다.  마치 사내에서 창업을 해서 하나의 작은 회사로 키워가는 것과도 같은 과정이다.  
 
구글의 Gmail이 이렇게 해서 성공한 대표적인 제품이고 Google TV도 시작은 작았지만 내부적으로 점점 커졌고 결국 올해 구글의 가장 중요한 신제품 중의 하나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담당자들이 마치 자기 회사를 운영하는 정신으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정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 밑에서 올라오는 신사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렇게해서 제품이 성공한다면 회사는 이들에게 그에 적합한 보상을 해준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투자한 신제품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여기 시간을 투자한 사람들은 그만큼 이룬 성과가 없기 때문에 원래 주업무에 충실했던 사람들과 비교하면 승진, 연봉, 보너스 등에서 차이가 난다.  즉 마음껏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진할 기회를 주지만 철저하게 성과를 바탕으로 평가를 하고 보상을 받는게 밑에서 올라오는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핵심이다.  보통 구글을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마음껏 해봐" 문화를 이야기하지만 "마음껏 해봐. 대신 책임져."를 이해해야 한다.  
 
 
Acquisition 
세번째로 밖에서 가지고 오는 방법은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다.  크게 설명이 필요없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이 예는 너무나 많다.  구글은 Android, YouTube, DoubleClick 등 인수를 통한 신사업 예가 많고 MS, 오라클 등의 회사들도 크고 작은 인수를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는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 HP가 Palm을 인수한 것 역시 신사업을 위해 다른 회사를 인수한 좋은 예이다.  밖에서 신사업을 가지고 올때는 어느정도의 기반이나 시장점유율을 함께 가지고 온다는 큰 장점이 있고 그 바닥에서 오랫동안 일한 좋은 인력을 흡수한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그래서 규모가 작은 M&A의 경우에는 그 회사가 가진 것보다 그 회사 사람을 데리고 오려는 이유가 클때도 있고 이를 보통 talent acquisition이라고 한다.  
 
 
Alliance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때는 혼자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합군을 잘 만드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특히 테크 업계에서 신사업은 새로운 플랫폼이나 표준과 관련된 경우가 많아서 성공적인 연합군의 형성은 성공적인 신사업 추진에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신사업을 위한 파트너들과 제휴하는 일은 실제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 만큼 중요한 과정이고 그 신사업을 세상에 공개하기 전에 매우 활발하게 일어난다.  (내가 구글에서 하는 일이 이것이다.)  그 좋은 예가 안드로이드를 07년 처음 발표했을때 Open Handset Alliance라는 안드로이드를 사용할 34개 파트너들의 연합을 함께 발표한 일이다.  또한 테크 회사들이 신사업을 발표하는 자리에는 함께 참여하는 파트너들이 무대위에 같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서 애플이 아이폰 SDK를 발표할때 EA 같은 개발사들이 미리 만든 자신들의 앱을 데모하고, 구글이 구글 TV를 발표할때 소니, 인텔 등 관련된 주요 7개 회사의 CEO들이 한자리에 선 것이 좋은 예이다.  위 사진이 구글 TV 발표할때의 일곱 CEO가 한무대에 선 사진인데 구글 TV의 사업제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무척 뿌듯한 순간이었다.  요즘 테크계의 모습이 몇개의 큰 회사들이 경쟁하면서 생태계를 만들고 그 생태계에 안에서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자생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서 그만큼 신규사업에서 연합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Profit vs. Scale
신규사업을 시작할때 꼭 나오는 질문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유저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이다.  이 2가지를 모두 잡으면 물론 최고겠지만 일반적으로 이 2가지를 처음부터 함께 얻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보통 둘 중 한가지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건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뭐에 먼저 집중하는게 맞다고 하기는 힘들다.  실리콘벨리의 인터넷 회사들의 경우는 주로 유저를 늘리는 일단 집중하고 어느정도 덩치가 되면 그때부터 돈을 버는 모델에 신경쓰는 경우가 많다.  구글을 시작으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회사들은 태생 자체가 수익모델이 아닌 유저를 늘리는데 집중하면서 시작했다.  구글에서 신사업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돈 버는 것보다는 유저에게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들어라가 항상 기본 방향이고 그래서 구글 10대 철학의 첫번째가 "Focus on the user and all else will follow (유저에 집중하면 나머지는 따라올 것이다)"이다.  반면 제조사들의 경우는 마진 게임인 경우가 많아서 처음부터 수익율 생각을 안하고 신제품을 생각하기는 힘들고 신규사업을 시작할때 수익모델에 더 집중하다가 향후에 가격을 낮추어 유저층을 넓히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이 문제는 경우에 따라 많이 다르기 때문에 단정지어 말하기는 힘들다.  결국 돈과 규모는 모두 중요하고 뭘 먼저 집중하든 결국은 둘다 잡아야 하는게 성공적인 신규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Long Journey 
마지막으로 신규사업은 오래 걸린다.  언론이나 트위터에서 답답할때가 A사가 X라는 신사업 혹은 신제품을 발표했을때 A사는 B사가 몇달전에 발표한 Y제품에 대응해서 X를 발표했다는 식의 분석을 할때이다.  이 차이가 1년이상라면 맞는 말일 수 있겠지만 몇개월 차이를 두고 경쟁사에 대응해서 신사업을 시작했다는 분석은 무리가 있다.  신사업을 준비해서 발표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길어서 특히 새로운 인더스트리로 들어가는 일의 경우는 보통 몇년이 걸리는 과정이고 온갖 우여곡절을 격어야하는 과정이다.  오래 준비할수록 좋은 제품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신사업은 타이밍을 것을 놓치면 손해보는 경우가 많아서 제때 출시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신사업 일을 하다보면 이걸 언제 발표하고 시장에 출시할지가 항상 뜨거운 이슈이고, 신사업의 파트너쉽을 진행하다보면 이 파트너쉽을 언제 세상에 공개할지 역시 뜨거운 이슈이다.  특히 요즘은 구글이 하는 일에 대해서 (애플도 마찬가지) 워낙 소문이 많이 돌고 그러다보면 잘못된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나오는 경우도 많아서 소문 관리도 신규사업을 진행할때 중요한 부분이다. 
 
 
마치며..
* 위 사진은 몇주전 한국 출장가서 안드로보이와 찍은 사진 :) 
신규사업이라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이다.  뭔가 새롭게 시작될 일의 선봉에 서있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앞으로 한 인더스트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되기도 한다.  또한 항상 새로운 일을 접하다보니 일이 지겨워질 틈을 많이 주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공을 들여온 사업이나 제품이 출시되고 어느 정도 성장해서 빛을 볼 시점에 다른 신사업 프로젝트로 옮겨가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때 my baby라고 느껴지는 그 제품을 미련없이 놓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또한 어떤 신규사업 프로젝트는 제대로 출시도 못하고 죽는 경우도 있다.  나는 앞으로 당분간은 구글 TV에 집중하겠지만 또 그후에는 어떤 신사업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기도 한다.  


* 사진과 내용 전체를 복사해서 글을 퍼가지 말아주십시오. 제 글로 링크를 거는 형식으로 퍼가는 것은 대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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